김철웅 에코마케팅 대표 인터뷰
"저평가 기업 지분투자·공격 M&A
기업의 로켓이 되는 게 사업 목표
안다르 성공 사례 100개 만들 것
최근 74억 장내 매도는 세금 납부용
연내 더 이상의 지분 매도 없다"
현금성 자산 763억…분기 배당도
"주주와 성과 나누는 건 당연"
“외부에서는 마케팅 대행사로 알고 있지만, 우리의 사업 목표는 기업의 로켓이 되는 것입니다. ‘안다르 성공 사례’ 100개도 만들 수 있습니다”.
2021년 6월 파산 직전의 애슬레저(운동+레저) 브랜드 안다르를 인수해 부활을 이끈 김철웅 에코마케팅 대표의 포부다. 새 사업 모델 ‘비즈니스 부스팅’으로 성장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그를 1일 강남 본사(강남구 학동로 343 더피나클강남 14층)에서 만났다. 비즈니스 부스팅이란 잠재력 있는 기업을 발굴한 뒤 지분 투자하고 풀 퍼널(Full-funnel) 마케팅 서비스를 진행한다. 이후 기업가치가 올라가면 회수(매각) 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유니콘 육성 사업’인 것이다.
3년 새 주가 70% 폭락 … 매출·영업익은 5년간 468%·234% 뛰어
에코마케팅은 2003년 설립된 마케팅 전문 회사로 2016년 8월 8일 코스닥에 상장했다. 2017년 D2C(소비자와 직접 소통) 브랜드 빌딩 기업 데일리앤코를 인수했고, ‘박민영 마사지기’로 유명한 클럭을 흥행시켰다. 이후 프리미엄 매트리스 브랜드 ‘몽제’, 클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티타드’ 등 마케팅 밸류체인 전 영역을 관장해 시장에서 인기 브랜드로 키워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는 1만240원. 3년 전(2020년 9월 2일 3만1500원)과 비교하면 67.49% 떨어졌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기간 주가 하락은 영업이익률 지속 감소(2020년 33.25%→지난해 16.04%)와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이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창업자는 아이템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지속 성장하려면 자본금·인맥·스킬 등이 필요하다. 이를 도와주는 게 우리 역할이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안다르 같은 경우 당시 우리 회사 인력의 20% 이상(30~40명)을 투입했다. 파견된 직원들은 의사처럼 어디가 아프고 문제인지 진단한 후 적절한 조치(수술)로 체질 개선을 돕는다”고 말했다. 또 “금융·카드·게임·모빌리티·패션 등 500여곳이 넘는 고객사들의 광고를 담당하며 모든 산업 성장 노하우를 파악했다. 이것이 우리 자산이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 안다르는 2020년 매출액 760억원, 영업손실 89억원에서 지난해 매출액 1691억원, 영업이익 126억원으로 환골탈태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매출 2000억 시대를 열 것으로 보고 있다.
에코마케팅의 5년간 실적은 우상향이다. 2018년 매출액 621억원, 영업이익 169억원에서 지난해 매출액 3528억원, 영업이익 566억원으로 뛰었다. 각각 468.12%, 234.91% 뛰었다. 이 기간 성장 요인은 광고 마케팅 성과와 자회사(데일리앤코, 안다르) 실적 상승 덕이다. 하나증권은 올해 매출액 3760억원, 영업이익 616억원을 전망하고 있다.
실적 고공행진의 비결은 무엇일까. 김 대표는 “계획을 짜거나 사업 목표를 만들지 않는 무계획이다”고 말했다. 어떤 의미에서 무계획을 언급했을까. 그는 “1년치 계획을 짜놓고 조직을 운영하면 순발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고객사를 키우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조직은 순발력이 중요하다. 작년의 무기와 전술로 내년을 이길 수 없듯,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유동적인 전술로 승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케팅은 전쟁이다. 전쟁을 통해 돈을 버는 세 가지 집단이 있는데 전쟁상인, 용병, 군자금 지원 조직이다”며 “우린 세 가지를 갖췄기에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우리가 원하는 방법으로 승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철웅 대표 “공격 M&A 가능 … 연내 주식 매도 없다”
김 대표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큰 수확을 노리는 사업의 본질에 집중하고 있다”며 “위기 발생 시 성장성 있는 기업을 지분 투자하거나 인수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금융위기가 올 경우 저평가 된 금융기관을 싼값에 품어 기업가치를 높인 후 매각한다는 것이다. 그는 “2~3년 전과 비교해 지금은 거품이 꺼져가는 상황이다”며 “언제든지 M&A(인수합병)든, 지분투자든 할 수 있다”고 힘을 주었다. 이어 “안다르 같은 경우도 시장에서 제값을 받을 수 있다면 매각하고, 다른 곳에서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들을 위한 주가 부양책을 고심하고 있을까. 김 대표는 “주주는 동업자다”며 “상장사가 돈을 벌면 나누는 건 당연하다. 배당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자사주 매입도 활발히 하고, 분기 배당도 실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1분기 70원, 2분기 130원의 주당 배당금을 지급했다. 지난해 총 배당금은 310원이었다. 현금성 자산(2분기 기준)은 763억원 있다. 2일 시가총액(3314억원)의 약 25% 수준이다.
최근 그의 지분율은 46.29%에서 44.10% 줄었다. 지난달 8일부터 11일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보유 주식 70만7681주를 장내 매도했다. 약 74억6900만원(주당 1만551원) 규모로 투자자들은 “이제 막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는데, 대주주가 파는 게 맞냐”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 이를 지적하자 김 대표는 “주식 양도세 때문에 팔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어떤 회사에 투자하기 전 오너 지분을 맞교환하고 사기도 하는데 여기에서 세금이 발생된다”며 “대출을 받아 세금을 낼 수는 없기에, 낮은 가격에 불가피하게 일부 지분을 매도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연내 더 이상의 지분 매도는 없다”고 못 박았다. 또 “지금은 본격적인 투자를 준비할 때라고 생각한다”면서 “주주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를 바라본다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인턴도 팀장이 되는 회사 … DB금투 “목표가 1만6000원”
에코마케팅의 인재 육성법은 독특하다. ‘스텝업 제도’를 통해 9개월 동안 같은 일을 하면 다른 일을 하게 한다. 예를 들어 마케팅 담당자가 개발자가 되기도 하고, 광고 운영을 하던 직원이 상품 기획을 맡기도 한다. 이는 일 잘하는 사원이 아니라 최고경영자 100명을 만들려는 김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실제 박효영 안다르 대표, 공성아 데일리앤코 대표도 에코마케팅 출신이다. 이 제도에 대해 이은경 커뮤니케이션팀 팀장은 “늘 성장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에게 최적화된 기업 문화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은 항상 변화 속에서 성장하고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는데, 기존 업무를 지속했다면 장인(匠人)은 됐을지 몰라도 혁신가는 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새로운 도전을 통해 성숙한 나를 발견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우린 4~5개월 인턴도 팀장이 될 수 있는 회사다”며 “다재다능한 인재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이 순발력이 좋고 전문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지분 투자 또는 인수하는 회사에 CEO로 지속 배치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에코마케팅은 한 달에 한 번 ‘케이스 스터디’를 진행한다. 캠페인 성공 사례, 각자의 성장 스토리, 마케팅 인사이트, 회사의 방향성 등을 공유한다. 20년간 이어진 전통으로 이곳에서 자신의 역량을 증명하고 홍보해서 동료들에게 인정받는 기회를 갖게 된다.
신은정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에코마케팅은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953억원(전년 대비 0.3% 증가), 영업이익 170억원(4% 증가)을 기록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싱가포르 포함 글로벌 진출에 대한 안다르 흥행,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광고 시장 회복과 데일리앤코 신제품 출시 등이 투자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매우 부담없는 구간이다”며 목표주가를 1만6000원으로 유지했다. 현 주가 대비 56.25% 상승 여력이 있는 셈이다.
한국경제ㅣ윤현주 기자ㅣ입력 2023.09.02
▶기사 원문: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08283702i